[ 서울 맛집 ]/북서 지역

[을지로3가 맛집] 을지면옥 – 평양냉면

시베리안낙타 2017. 5. 6. 01:55
반응형

[을지로3가 맛집] 을지면옥 – 평양냉면


평양냉면....참 어렵다.

맛을 설명하기 어렵고, 이해시키기 어렵고, 편하게 추천하기 어렵다. 

이런 걸 이 돈 내고 왜 먹냐고 한다면...나도 딱히 할 말이 없다. 나도 그랬으니...

대학시절, 처음 평양냉면을 먹은 곳은 신촌 갈비집에서다.

어르신이 계시기에 원 없이 고기를 먹고, 냉면까지 시켰다.

그런데 후식으로 나온 냉면이 이상했다. 본적이 없는 냉면이다.

연한 녹갈색 빛이 도는 국물에 거칠어 보이는 면, 약하지만 또렷한 향.

내가 알고 있던 공장식 냉면이 아니다.

'역시 서울이라 다르구나' 란 생각에 한입 먹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걸레 빤 소금물에 불어터진 면을 넣은 듯 한...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맛이었다.

심각하게 맛이 없었지만, 사주시는 분을 생각해서 면 만 겨우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다음 해 여름.

참 묘한 일이 생겼다. 그때 먹은 냉면이 계속 떠오르는 거다.

심심한 국물과 은은한 메밀향, 식감도 별 것 없는데 생각나는 면....허허....

그때 배가 불러서 맛을 이해 못 했나 싶어, 홀로 평양냉면 집을 찾아가봤다.

그렇게 나의 평양냉면 투어가 시작됐다.


이제 1~2달에 한번씩 찾아 먹지만, 아직도 평양냉면은 어렵다.

워낙 마니아층이 두터운 음식이라 평가도 갈리고, 기준도 갈린다.

음식 평가는 주관적이지만, 유별나게 평양냉면 마니아들은 평가에 대한 신념이 강하다.

(거기다 마니아층은 내 나이의 두 세 곱절 이상 이신 분이 대부분이라...)

뭐...이런 말을 하는 나 또한 뚜렷한 평양냉면 기준점이 생겼으니...

여러가지로 신기한 음식이다.


오늘도 서론이 길다. 각설하고 식당을 알아보자.

평양냉면은 몇 개 계보가 있다.

대표적인게 의정부계와 장충동계다.

누가 낫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비교적 더 유명하고 생각되는 곳이 의정부계다.

의정부계의 본가는 당연히 의정부에 있지만,

그 곳 따님들이 서울에 냉면집을 내면서, 서울에서도 의정부계 평양냉면을 맛볼 수 있다. 

재밋는건, 의정부계는 전혀 다른 가게명을 사용해서, 가게명 만 보고는 같은 계보란 걸 알 수 없다.

(서울에 있는 의정부계는 3곳으로 필동면옥, 을지면옥, 본가평양면옥 이다.)

이 곳 중, 오늘 소개할 곳은 '을지면옥'이다.

(참고로, 장충동파는 평양면옥이라는 이름으로 서울 곳곳에 있다.

의정부파 본가와 이름이 같이서 같은 계로 착각 할 수 있다.)


(너무 유명한 곳이라 설명이 필요할까 싶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을지로에 위치해 있다. 청계천 주변 상점이 밀집한 허름한 건물에 있다.


입구가 좁고 길다. 좁은 입구 옆으로 북한지도와 이북관련 자료 들이 걸려있다.

터미널 의자 같은 플라스틱 의자가 있더니 나름 깔끔한 의자로 바뀌어 있다.


긴 입구를 지나서 또 다른 입구를 들어가야 비로소 홀이다.

좁은입구와 다르게 내부는 넓다.

1층보다 더 넓은 2층에도 홀이 있다.


드디어 냉면이 나왔다.

혹자의 말대로 평양냉면의 일반적 이미지와 가장 근접한 모습이 아닐까 싶다.


단~! 의정부파의 특징인 고추가루와 파는 일반적이지 않다.

고기도 소고기 수육과 돼지고기 편육 각각 1~2점씩 놓여있다.


편육도 한 접시 시켰다. 썰어서 냉장고에 있던 걸 바로 주는 듯한 온도와 비주얼이다.

사진 왼쪽에 보이는 양념장이나, 새우젓에 찍어 먹자.

참고로 편육이나 수육은 반접시도 판다. 2인이 가서 냉면 2그릇과 편육 반접시 하면 딱 맞다.

 

<메뉴/가격>

냉면 : 1만원

비빔냉면 : 1만원

편육 : 2만원 (돼지200g)

수육 : 2.7만원 (소200g)

불고기 : 4.8만원 (소400g)

 

<영업시간/휴무일/연락처>

11 ~ 21시 영업

일요일 휴무

문의전화 : 02-2274-6863

 

<주관적 평가>

총점

한줄평 : 평양냉면 입문자용 맛과 평양냉면 숙련자용 외관의 부조화.

 

뭐 이곳 냉면 맛을 크게 논할 게 있겠는가?

평양냉면 입문자가 있다면, 큰 거부감 없이 평균적인 평양냉면 맛을 소개해 줄 수 있는 곳이다.

심심하지만, 적당한 고춧가루와 짭조름함이 입을 감돌고, 강하지 않은 메밀향 이 뒤를 바쳐준다.

개인적으로 면의 식감과 향에 아쉬움은 있지만, 다른 평양냉면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생각하면, 이해한다.

편육과 수육은 호불호가 심하게 갈린다. 사실 불호가 더 많은 거 같다.

마치 불친절한 이곳 종업원을 닮은 요리다.

차갑고, 별거 없는 무뚜뚝한 맛. 딱딱한 껍질과 넓은 면적의 지방이 존재하는 이상한 편육!

(삼겹살보다는 지방 많은 전지 쪽 부위 같다.)

근데 나는 상당히 좋아한다. 어릴 적 제사 지내고 난 뒤 먹던 편육 맛에 가깝기 때문이다.

지방이 두껍지만, 덩어리지고 미끄러지는 지방이 아니다. 차가운데 그렇게 되지 않는게 신기할 정도의 지방이다. 

양념장과 어울림도 괜찮고, 냉면과도 조합이 좋다.

그래도 지인 중에 이 집 편육 괜찮다고 한 사람은 내가 유일하다.

손님의 대부분이 어르신이라 그런지, 좋은 분위기나 서비스마인드를 기대하긴 어려운 집이다.

이제 평양냉면을 찾는 젊은이도 많고, 시대가 변해 가는 만큼 맛은 그대로 두더라도, 다른점에서 변화가 필요하다. 


 <주소/지도>

2,3호선 을지로3가역

반응형